지리산에서
아직은 내 나이가 어때서....
체력단련으로 뛰기와 테니스로 몸을 단련시켜 놓아 지리산을 다녀 왔는데도 집에 온 밤에 테니스를 쳤다.
살아오며 잘 해 준 것 없이 혹사해 왔기에 마음대로 안된다고 궁시렁거리는 것에 미안해서,
내 몸한테 체력만이라도 잘 가꾸어 주려고 나름대로 운동을 해 주고 있지만,
여기저기 잔 고장에 장비 노후화로 중고시장에 내 놓아도 거들떠도 보지 않을 것이고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것은 나였으니 ...... 어떡하라?
오르막 길 힘들어하지만 아직은 쓸만해서 덕분에 지리산을 낙오않고 잘 다녀 왔다.
통일신라시대까지 산제를 드렸던 할미당이 있었는데, 고려시대에 이곳으로 옮겨져 지명이 한자어인
노고단으로 변하였다.
친구들과 성삼재에서 합류하여 일출시간 한시간 후에 도착하였고, 뱀처럼 굼실거리는 구름이 장관이었다.
지리산에서 불도를 딱고 있던 반야가 지리산의 산신이자 여신인 할미와 결혼하여 천왕봉에서 살았다는 설이 있고 또 다른 설도 있다.
지리산 가는 길목에 배낭을 내려 놓고 올라갔다.
한시간 정도지만 힘들다고 가 보지 않는다면 부정 못할 아쉬운 후회가 뒤따를 것이기에 다녀간 사람의 충고를 무시하고 가 보았다.
이곳에서도 하늘이 산아래 내려와 덮은 운무는 장관이었다.
지리산에서 / 김성묵
산 너머 산인 오르막 내리막길을
나와 싸움하며 걸었다
가쁜 숨 달래며 주위를 둘러보니
하늘이 내려와 산 아래 깔려 있다
세상은 구름 아래 덮여 있고
가슴 속 응어리 빠지는 바람에
아직은 쓸만하다 짐작한 나에게
살아갈 기운을 채웠다
고등학교 3학년 방학 때 종주 하고서
세월 걱정 않고
산 너머 산인 오르막길을 쉼 없이 걸은
반백년 세월 동안에
무박 일정이 2박 3일로 변해버렸다
아마도 첫 종주할 때까지의 나이 쯤 될까
그리 멀지 않은 내리막길을
이제는 내 몸을 위하여
애달프다 말고 즐겁게 걷자고 꼬드기니
마다 않고 배시시 걸음을 옮겨 주었다.
01시 쯤 일어나 소변하려 나오니 하늘에 별이 총총했다. 은하수를 몇 장 찍고는 별 괘적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이내 구름으로 하늘을 덮어 버렸다. 삼각대를 가져간 이유다.
지리산은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은 사람으로 탈바꿈한다고해서 지리산(智異山)이라고한다"는데
조금이나마 지혜로운 사람으로 변했을까?
산청의 제 1경인 천왕봉에서 해돋이를 보는 것은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고 하듯이, 일출을 보여주지 않고 구름과 안개로 덮여있다고 한다.
지나간 이틀 동안 흐림이었지만 별도 보고 일출도 보았으니 아버지, 할아버지가 덕을 베푼 분임이 틀림 없다.
지금 되돌아보니 지리산에 올라가서 좀 더 머물면서 사방을 보지않고 일출 사진 찍는 사이에 정복에만 들떠고는 곧 내려가는 일행들 따라 하산한 것이 참으로 아쉽다.
남은 인생 이렇게 사는거다.
변명같다만 지금와서 어떡하란 말인가?
언제까지고 명예와 부를 위해 올라갈수만은 없다.
걱정되어 물에 뛰어들 이유도 없고 청문회에 불려가 탈탈 털려도 죄 될게 없는 나!
갖춘건 없지만 내려 가는 길은 나의 능력범위내에서 작은 행복에 만족하며 길게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