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으로 핀 선인장 꽃 한송이
2003년에 대구로 이사 올 때, 메추리 알 크기만한 선인장은 화분을 버리기가 아까워서 실려 왔었다.
뽄내는 화분 꽃들 틈에서 겨우 물 한모금씩 받아 먹으면서 사라지지않고 지금까지 버티어 왔다.
이제는 선인장 모습을 갖추었고 아내의 생일인 오늘 아침에 꽃이 피었다.
함께하여 왔지만 어쩔 수 없이 화분자리 한곳 정해 주었을 뿐인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꽃을 피웠다.
그러나 꽃은 나를 잊지 않았고 2003년 이전의 그시절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베란다에는 30년이 넘은 군자란, 고향에서 가져온 게발 선인장, 쓰레기장에서 줏어온 화초, 난 몇개,
이름도 모르는 이 가시 선인장 등이 모두지만 나를 버리지 않는 공간이고 지워지지 않는 회상의 쉼터이다.
못생기고 보잘것 없는 한송이 꽃이라고 하겠지만 내게는 그 어떤 꽃보다도 소중한 꽃들이다.
오늘 오후면 시들어버릴테니 외출을 않고 서재에서 책 한권을 뽑았다.
케이크와 커피로 대접을 하며
사랑의 눈으로
마음의 눈으로
모진 인연의 진실을 확인한다
세상이 무섭다
나를 슬프게 한 2003년 이전의 사람들
꽃잎은 시들어 떨어지는데
마음의 상처는 떨어지지 않는지
운명이라고 하기엔 안쓰럽다
세상살이 그런 것을
오늘은 아내의 생일이고
현실에 충실하려 애을 써며
손자의 재롱으로 공간에 채운다
내가 가꾼 인생을 미워하지 않을 때
나의 삶은 꽃 처럼 아름다울텐데.
한송이 핀 꽃과 함께( 2011년 6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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