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시(詩)

할아버지라고 부르지 마라

중묵 2013. 7. 22. 14:10

 

할아버지라고 부르지 마라 / 필봉 김성묵

 

내 인생 환갑 넘어 오래된 자동차 같지만

멋진 여자를 보면 가슴이 울렁거리고

찻집이나 콘서트에서

즐겁게 노닥거릴 줄 알며 감상적이다 

멋진 젊은이가 있듯이 멋진 늙은이로

찬란한 장년의 꿈을 꾸며 

노후된 흰 머리털을 염색하고

연륜을 멀쩡하게 청춘 분장으로

쓸 만 하다 자부하여 거리를 활보한다

첨단 제품에 능숙하지는 않지만

사진이나 문자를 보내고

모르는 길 묻지 않고 찾아가는

시대에 적응할 줄 아는 센스 있는 남자다 

사랑과 호기심으로 눈은 반짝이고

최신 유행가를 몇 개는 부르고

젊은이들 세상을 이해하는 늙은이다

세월에 어쩔 수 없어 뒤뚱거린다고

주제를 알고 무리하지 말라고 하지만

할아버지 대접은 영 싫더라

살아 온 날 보다 살아 갈 날이 적을 뿐이려니

젊은이가 부러워 삐지지 않는 늙은이를 

사랑하고 싶은 오빠나 어르신이라고 불러 다오

아직은 할아버지라고 부르지 마라.

 

 

음악 / 멋진 인생, 노래 /박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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