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시(詩)

무명전사(無名戰士)이야기

중묵 2010. 10. 25. 16:15

무명전사(無名戰士) 이야기  

 

망실한 빛바랜 사진 몇 장에 계급장 없는 전경 차림의 총을 멘 아버지 모습이 있

었다. 내가 태어났을 때 지리산 공비토벌 작전 중에 몰래 다녀가셨고, 동내 주민

이 지서 망루 방화로 다리 부상을 입으셨고, 냇가에서 중식 중에 기습을 받아 몇

사람만 살아남은 몰살로 피 냇물이 흐른 처절한 회상에 눈물을 흘리셨다. 생존자

중에 한분이 고무신 때우는 아저씨로 장날 때 가면 과자를 꼭 사 주셨고, 아버지

지는 총에 맞은 어깨 부상 때문에 평생을 날씨가 궂은날은 고통스러워 하셨다.

풀 뜯기려 산에 가서 녹슨 철모나 군화를 대수로이 봐 왔던 아들은 재미로 들

었는데, 적 사살 무훈은 말씀 않고 가슴속에 묻어 버린 무명전사의 전투는 전사

(戰史)에도 없다. 공산당의 사주를 받은 지역민과 비참한 싸움 이였으니 기억하

기 부끄워서일까? 아들에게 들려 준 6.25전쟁 공비토벌 작전 참전은 농부의

적 없는 전투 이기일 뿐이다. 소위 임관을 하고 아버지를 뵈었을 때 첫 말씀

경계를 소홀히 말고 하셨으며, 언젠가 참전자 보훈 신청을 말씀드렸을 때

살아있어니 더 바라는게 없다고 하셨다. 나는 호적을 늦게 올려  전역 후 직장도

1년을 더 하게 된 것이 혜택이랄까? 6.25전쟁의 실상이 흐려져 감은 안타깝고 좌

파세력들의 존재와 허상이 개탄스럽다. 나의 아버지처럼 수많은 무명전사의 무

훈이 있었고, 영원히 찾기 어려운 산야에 버려진 전몰장병의 고귀한 희생으로

한민국 건재함을 알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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