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시(詩)

마지막 잎새

중묵 2017. 12. 1. 16:04

마지막 잎새

 

운동이랍시고 아파트 계단을 내려가다가 발을 헛디뎌 발목을 다쳤다.

아직은 젊은지 두바퀴 딩굴었지만 얼굴은 보호했으니 천만다행이랄까?

테니스장에서 혼자 한 잎 붙어 있는 단풍 잎파리를 보았다.

그 나무 아래 낙엽쌓인 틈에 철 모르고 피어 있는 민들레 한송이를 보았다.

테니스를 칠 수 없는 나를 달래 주느라고 라커룸에서 커피 한잔을 타 주고서,

예전같이 부를 수 없지만 듣는이 없으므로 배호의 마지막 잎새를 불렀다. 

 

마지막 잎새 / 필봉 김성묵

 

나무는 겨울나기로 나뭇잎 털어

바닥을 덮었는데

떨어지는 법 못배워

매달려 있는 한잎 잎파리

어차피 떨어져 누울 것을

삶을 체념 못해

모질게 붙어 있는가

붉은 낙엽에 덮여 핀

한송이 민들레 꽃

계절 모르는 바보는

서리에 놀라 움추렸는가

살아온 세월로 쌓은 미련

못 버린 나는

한잎 잎파리였다가

민들레가 되었다가

내년에 잎 피울 나무도 되었다.

 

 

마지막 잎새/배호

 

 그시절 부르던 임 어느 낙엽지고

 달 빛만 싸늘이 허전한 거리

 바람도 살며시 비껴가건만

 그 얼마나 참았던 사무친 상처길레

 흐느끼며 떨어지는 마지막 잎새

 

 싸늘히 파고드는 가슴을 파고들어

 오가는 발길도 끊어진 거리

 애타게 부르며 서로 찾은 길

 어이해 보내고 참았던 눈물인가

 흐느끼며 길 떠나는 마지막 잎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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