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잎새
운동이랍시고 아파트 계단을 내려가다가 발을 헛디뎌 발목을 다쳤다.
아직은 젊은지 두바퀴 딩굴었지만 얼굴은 보호했으니 천만다행이랄까?
테니스장에서 혼자 한 잎 붙어 있는 단풍 잎파리를 보았다.
그 나무 아래 낙엽쌓인 틈에 철 모르고 피어 있는 민들레 한송이를 보았다.
테니스를 칠 수 없는 나를 달래 주느라고 라커룸에서 커피 한잔을 타 주고서,
예전같이 부를 수 없지만 듣는이 없으므로 배호의 마지막 잎새를 불렀다.
마지막 잎새 / 필봉 김성묵
나무는 겨울나기로 나뭇잎 털어
바닥을 덮었는데
떨어지는 법 못배워
매달려 있는 한잎 잎파리
어차피 떨어져 누울 것을
삶을 체념 못해
모질게 붙어 있는가
붉은 낙엽에 덮여 핀
한송이 민들레 꽃
계절 모르는 바보는
서리에 놀라 움추렸는가
살아온 세월로 쌓은 미련
못 버린 나는
한잎 잎파리였다가
민들레가 되었다가
내년에 잎 피울 나무도 되었다.
마지막 잎새/배호
그시절 부르던 임 어느 낙엽지고
달 빛만 싸늘이 허전한 거리
바람도 살며시 비껴가건만
그 얼마나 참았던 사무친 상처길레
흐느끼며 떨어지는 마지막 잎새
싸늘히 파고드는 가슴을 파고들어
오가는 발길도 끊어진 거리
애타게 부르며 서로 찾은 길
어이해 보내고 참았던 눈물인가
흐느끼며 길 떠나는 마지막 잎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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